2023-01-02

(습작소설)장마-05

 

소설2

선미는 경희 박사의 업무가 점차 바빠짐에 따라 그녀가 담당하고 있던 일부 행정적인 업무를 공무원 적성을 살려 하나식 인수인계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상황실에서 화면의 위성 사진이 온통 태풍의 구름으로 덮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상황실에 표시된 영문명은 Hurricane Noname으로 태풍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태풍의 이름은 특수하게 노네임으로 명명되었다.

미국 다크사이드 프로젝트 팀은 태풍 노네임이 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자 다음 단계의 프로토콜을 시작했고, 전 세계에 이 태풍이 명망적인 수준의 태풍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보를 발표했으며, 인류 멸종 위기에 대한 다크사이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다크사이드 프로젝트 팀의 활동 영상은 이제 세계적으로 공개되었다. 프로젝트 인원들에게는 공개 후 반응에 대응할 업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기에 공개에 따른 영향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 최초 발생 일을 기준으로 시작되는 마지막 우주 로켓 발사 타임 시퀀스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어 시분초가 제한된 일을 수행함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면에 표시된 태풍은 거대한 그 끝이 미국 서부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그 크기는 미국을 넘어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그리고 적도를 넘는 범위로 영향을 주려 하고 있다. 태풍은 48시간 후 우주선 발사대가 위치한 플로리다 주에 접하게 될 예정으로 이보다 12시간 전까지는 발사대에 준비된 4대의 우주선 발사를 모두 마치려 하고 있다.

발사대에서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스페이스X 펠컨9 로켓은 우주 정거장으로의 이번 마지막 유인 발사 후에도 태풍을 피해 계속해서 가능한 물자를 우주로 운반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발사 후 회수 관리 재사용 발사 등 계획은 모두 미지수로 우리 벙커 팀의 판단과 행동에 달려 있다.

이번 마지막 가장 위험한 발사 계획의 4대의 우주선에는 우주 정부를 위한 정치인 VIP와 이전부터 선별된 엔지니어 인원이 탑승하고 있다. 그리고 플로리다주 지상 인원과 지금 여기 상황실 인원은 계속해서 이곳 남미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벙커에서 생존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선미는 태풍과 허리케인의 차이에 대해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호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발표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노네임을 태풍이 아닌 허리케인이라 명명하고 있었다.

태풍은 대양에서 발달한 열대성 저기압으로 이동하며 육지에 도달하며 그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 비와 바람으로 피해를 준다. 한국 및 일본 중국 방면의 태평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을 태풍이라 하여, 발생하는 연도별로 태풍 이름을 주변 국가의 언어로 된 이름으로 돌아가며 명명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대서양에서 발생하여 미국에 영향을 주는 열대성저기압으로 동일하게 대양과 바다를 끼고 발생하고 명명된다. 나머지 열대성 저기압의 이름은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이 있다. 그리고 남반구에는 대륙이 적다 보니 유일하게 호주 근방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 있고 사이클론으로 호칭된다. 호주 근방 남태평양에서는 윌리윌리라는 이름으로 쓰인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이클론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설명에 때때로 따라붙는 토네이도는 회오리바람으로 태풍의 범주는 아니다.

선미는 이런 이름의 명명에 의하면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동북아시아를 지나온 이 열대성 저기압은 태풍이라 명명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했다. 미국이 명명을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미 미국으로 건너올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노네임이라 명명되어 있는 이 태풍은 태풍이든 허리케인이든 상관없이 지구에서 인류를 사라지게 할 재앙의 시작으로 이름에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노네임이라 명명되었다고 뉴스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 태풍은 규모가 우리가 흔히 경험했던 태풍의 임계치를 넘어서서 기존 기후 시스템에서 보이던 모습과 다르게 사라지기 전에 다시 바다에 접어들어 다시 에너지를 공급받고 다시 강해진다. 이는 만화나 영화의 괴물처럼 다음에 발생할 태풍의 에너지를 다시금 흡수하여 사라지지 않고 부활하는 모습으로 동아시아를 지나 미국으로 온 것이다. 이후 미국 땅에 그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건물을 무너뜨릴 것이며 다시금 대서양에서 에너지를 받아 유럽 대륙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구의 기후가 태풍이 발생한 시점부터는 인류가 기대하는 범위의 자연환경으로서 임계 영역을 넘어선 것이다. 지구는 이미 인류를 버리고 다음 지구를 정복할 생명에게 더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심탱. 어떻게 저 태풍을 음모론 논리의 소설 속에서 끄집어 낸 거야?

선미는 태풍의 모습을 보며 감상에 잠기다가 인성에게 물어보았다.

음모론도 그렇고 태풍도 그렇고 모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단어에서 끄집어 낸 거야. 날짜가 어느 시기로 집중된 일들을 모아서 음모론을 만들었고, 태풍이라는 결과를 먼저 만들어 놓고 중학교 과학 책에 나오는 쉬운 이론을 붙여 넣으니 태풍을 예보하는 기상예측 모델이 만들어진 거지.

저 인류를 멸망시키는 태풍의 예언이 중학교 과학 책에 나온다고? 그리고 미국은 중학교 과학 책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전 세계를 상대로 숨기고 사기 행각을 벌여온 거야?

오컴의 면도날이지. 다른 것들이 동일하면 가장 단순한 것이 최선이라는 거야. 단순한 게 진리이듯이 간단하게 배운 초등 중등교육이 자연의 이치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전부일 수 있는 거지. 근데 중학교 과학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중화점 적정곡선. 이게 어떤 임계점을 지나면 급격히 상황이 변화는 그래프를 그린다는 과학적 실험인데 배운 기억하고 있어?

중화점 적정곡선 이런 걸 중학교 때 배운다고? 전혀 기억에 없는데.

용어가 어려운 거지 뭐.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농도 실험을 하는 내용이야.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섞을 때 pH 산성 염기성 농도가 변화하는데 서서히 섞으며 농도를 관찰하면 어느 점 부근에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그래프를 그리는 문제야. 그때 급격한 변화의 중화점을 측정하는 실험인 거지. 자연적인 현상인 거야 농도는 100개의 산에 염기를 넣을 때 1에서 2로 변화할 때 농도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점차적으로 변화의 크기가 커져 99에서 100으로 변화하는 중화점 부근에서는 급격한 기울기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지.

음 뭔가 기억은 있는데 어려운데.

인성은 선미에게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다시 했다. 엑스축과 와이축을 화살표 직선으로 그려 오른쪽 상단의 좌표계를 우선 그린 후 0점 근처에서 시작하는 직선 같은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곡선은 엑스축을 따라 직선처럼 이동하다가 점점 지수함수 그림처럼 급증하며 위로 올라갔다가 바로 다시 점점 로그함수 그림처럼 수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지수함수와 로그 함수의 중간을 구분하는 점을 찍어 만들었다.

설탕 50g 소금 1g의 물의 맛과 설탕 1g과 소금 1g의 물의 맛을 볼 때 느끼는 소금의 맛 같은 거지. 염산과 수산화나트륨 pH 농도 그래프야. 이점 주변으로 농도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거야. 이점이 중화점이고. 이 S자처럼 지수와 로그 그래프처럼 나오는 그래프가 적정곡선이지.

그래프는 점을 기준으로 뒤집혀 대칭으로 그려져있어 S자처럼 보이긴 했는데 점이 있는 곳은 수직으로 와이축과 같은 방향으로 갑자기 올라가는 모습으로 정확히 S자와는 차이가 있었다.

중학교 과학도 나름 어렵지. 그래서 중등 교육인 거야. 중학교 교육만 잘 이해하면 사회에서 중등 한 인원이 되는 거지. 그런데 고등교육까지 마치고 나면 고등한 사회구성원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삶이 일절 도움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지.

태풍이 미국 서해안에 접하기 시작하자 모든 방송 채널은 명망적 태풍에 대한 방송을 24시간 계속하고 있다. 대략 일주일 전 다크사이드 프로젝트가 공개되었을 때 방송사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경쟁적으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태풍이 발달하면서 멸망적 위력에 대한 예측이 연이어 나왔고 이번에는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 방송국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생존을 위한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 소규모 방송사들은 재난방송의 재송출로 전환되어 상당수 채널은 동시에 동일한 방송화면을 송출하고 있다.

그래도 미국은 즉각적인 대비책을 보여주며 방위군을 투입해 초기부터 생존 작전을 실행했다. 태풍이 직접 지나는 경로의 주민에 대해 소개령으로 남과 북으로 이동을 진행시켰다. 생필 물자에 대한 보급을 즉각 시작하였으며 재난 방송 운영을 통해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전파되었다.

첫 작전은 미리 이동해 있던 태평양 7함대의 하와이 소개 작전이었다. 태풍 발생을 선언하자 미리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던 7함대와 3함대는 하와이에 주민들에 대한 작전을 실행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이주를 거부하는 인원이 발생하였으나 작전 시작 6시간 만에 주 함대는 태풍의 방향을 피해 성공적으로 출항했다. 7함대는 이제 전투가 아닌 보급과 생존을 위한 구성으로 실질적으로 3함대와 통합 운영되어 7함대로 통합되었다. 하와이에서의 편재를 통해 소규모 함은 축소하고 보급 위주로 구성되어 함대는 육지로 향하며 주민을 이주시키려 하고 있다. 이제 항공모함 갑판에는 전투기가 아닌 수송기와 보급물자를 적재하고 가능하다면 함대는 하나의 미국 도시 역할을 수행하며 태풍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하와이에서는 이후에도 비행기를 통한 본토로 소개 작전이 있었지만 만여 명의 인원은 하와이에 있는 작은 벙커와 건물에 머무르기를 택했다. 지금은 하와이와 통신 연결이 중단된 상태로 그들의 생사확인은 태풍 뒤편이 하와이를 완전히 빠져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재난상황 임시정부는 섬에 머무르는 인원이 모두 전멸할 것이라 예측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후 그들을 위한 배 또는 비행기 구조작전은 예정에 없다. 하와이는 이제 미국의 국토가 아닌 태평양 한가운데의 오래전 외로운 섬 환경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미국 재난 방송에는 동아시아의 태풍 피해를 앞으로 닥칠 위험을 알리는 목적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피해 보도 화면은 주로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사용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방송이 만들어지는 방송사의 화면은 재난현장을 담아내지 못했다. 물론 태풍 후의 영상은 대부분 방송사의 화면으로 서울의 모습은 상당수 건물이 쓰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상당한 건물 붕괴 피해로 인해 집계할 수 있는 사상자 수치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한 번의 태풍에 인구의 30퍼센트의 사상자 수 예상과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예상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바람을 피할 수 없는 한강변의 아파트가 상당수 무너졌다. 40층 아니면 그 이상 올라간 고층 아파트 몇 개는 중간이 부러져버렸다. 바람을 견딘 유리창은 거의 없었다. 태풍을 견딘 거주지는 산을 바람막이로 두고 있는 지형이었다.

선미는 한국의 소식이 견디기 어려웠는지 자료화면을 보는 것조차 피하려 했다. 일반 통신망은 사라져 연결할 방법이 없었다. 이곳 통신망도 끝없이 밀려오는 비상통신 데이터들로 일반망을 중단한지 며칠 되었다.

미국은 이런 통제 속에서 시스템이 국민을 보호했지만 동시에 소개령으로 인해 비워진 도심에는 폭동이 끊임이 없었고 갑자기 나온 종교와 음모론 단체들이 연일 시위를 별였다. 특이할 것이라 할만한 것은 몇몇의 방송 유명인과 몇몇의 부유층이라 알려진 사람들이 그 시위를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미국 사회에서 통제된 사회로의 전환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주민 소개 구역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에 대한 대피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물론 주어진 자원과 시간에 따라 선별된 인원만 갈 수 있는 지하벙커 시설도 있었고. 단순 지형지물에 의한 태풍 방호에 의존한 생존 캠프도 있었다. 부자로서 기존 사회에 자리를 가지던 사람이라도 자본과 더불어 미국에 영향을 가진 50세 미만의 제한사항을 통과하지 못하면 최상위 대피소로는 갈수 없는 실정이었기에 이에 대한 상위층 거부자가 시위를 이끌었다. 도시지역은 주어진 것이 많았기에 정부의 방침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도시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집이 있고 비어진 튼튼한 빌딩과 많은 상가가 있고 별도로 정부에 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정부 보급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인구가 줄어든 도시일지라도 며칠간의 약탈은 많은 상가들을 금방 바닥난 모습으로 바꾸고 말았다. 일부 사람이 떠나 비교적 적은 수의 사람이 가진 욕심의 총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끝이 없었던 것이다.

천조국이란 미국의 두 장면을 보는 선미는 기분의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보급으로 먹었던 점심의 미국식 느끼함 때문에 그 씁쓸함이 더한 것 같았다. 보급의 미국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미국은 이 안데스 벙커의 최대 인원을 수용하고도 보급품 소비와 재생산 계획을 포함하여 최소 10년간의 보급품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 벙커처럼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벙커와 기존 가지고 있던 벙커 모두 같은 양의 보급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천조국의 위엄이라 할 수 있겠다. 10년간의 보급품 중 초기 소비분은 신선식품이 포함되었기에 평소 서울에서 먹던 음식보다 월등히 뛰어난 음식들이었다. 전쟁 한복판에서도 보급된다는 초콜릿 디저트는 백화점에서 구경이나 하던 상품으로 식사 후 진한 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보급품을 보급품이라 해야 하는 건가? 또 이걸 거부하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던 사람들이지?

그래도 점심에 반이나 덜고 먹은 느끼한 스테이크와 함께 보급고의 상자들이 태풍 전 배속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전파를 통해 전해지는 먼 곳의 상황과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한편으로 산맥의 화강암 벽들이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인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는 SLS 첫발사의 지연 발사 이외에는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상황실에는 이제 3개의 카운트다운 시계가 있었고 이제 가장 긴 시간의 시계에는 1M 14D 가 남아있었다. 마지막 계획된 우주선 카운터 다운 시계와 첫 태풍의 도달 시점 시계와 그리고 또 다른 시계. 저 시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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